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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 네덜란드 (Amsterdam, Netherlands)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일정 때문에 나의 여행은 가장 먼 곳, 로마에서 시작해 막바지가 될수록 런던으로 가까워졌다. 베로나 공항에 동양인이라곤 나뿐이었고 공항은 쾌적했지만 이용객에 비해 의자와 쉴 곳이 턱없이 부족해 아수라장 같았다. 출국장을 통과해 암스테르담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땐 이유 모를 안도감이 들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암스테르담 공항에 도착했다. 암스테르담에 도착하자마자 느껴지는 차가운 공기와 우중충한 날씨는 벌써 영국인가 싶었다. 아, 이탈리아에 고작 2주 있었다고 스산한 유럽 날씨를 잊다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북유럽은 상대적으로 인종차별이 심한 편이라고 들었기 때문에 (어딜 가나 이런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짜증 나지만) 긴장을 늦출 .. 2021. 4. 26.
피렌체, 이탈리아 (Florence, Italy) 이탈리아 여행에 이곳이 빠질 수 없지. 무릇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인데 피렌체는 그렇지 않았다. 일주일 정도 머무르며 로마가 익숙해질 때쯤 피렌체로 갔다. 한여름 복작복작한 관광객들 틈으로 커다란 캐리어를 힘겹게 끌고 기차에 몸을 실었다. 차창 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이 어딘지 낯설지 않았다. 이탈리아에서는 기차만 두 번을 탔는데 소매치기에 대한 무성한 소문을 듣고 워낙 조심해서인지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식겁했던 일은 나중에 파리에서 일어났다) 기차역에 내려 처음으로 든 생각은 따뜻하고 아늑하다는 것이었다. 로마에서는 어쩐지 한 나라의 수도라기엔 황량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는데 피렌체는 조금 달랐다. 피렌체의 색깔은 따뜻한 베이지 톤이었고 도시 한 가운데에는 강물이 낮이나 밤이나 여유.. 2021. 4. 25.
베로나, 이탈리아 (Verona, Italy)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하면서 이탈리아가 얼마나 큰 나라인지 깨닫게 되었다. 남부, 북부 가고 싶은 곳들은 많은데 이탈리아 일주를 하는 게 아닌 이상 불가능한 일정이었다. 게다가 영국에서 시작하는 다른 유럽 여행객들과 달리 나는 이탈리아에서 시작해 영국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처지라서 그 부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버스를 오래 타는 것이 힘든 나로서는 단체로 소화하는 남부 투어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다. 결국 나는 이탈리아 북부로의 여행을 선택했다. 북부에서도 여행객들이 선호하는 도시는 몇 개 꼽을 수 있는데 피렌체, 밀라노, 베네치아 등이 있다. 그런데 이런 도시들을 제치고 내가 선택한 곳은 베로나였다. 베로나는 피렌체보다 위쪽에 있으며 베네치아에서 기차로 1-2시간 정도 떨어진 작은 도시다. 외.. 2021. 4. 16.
로마, 이탈리아 (Rome, Italy) 나의 유럽여행 시작점, 로마. 하필이면 이때 유럽에 어마어마한 더위가 찾아왔다. 영국은 이렇게 더운 날이 일 년에 한 번 올까 말까인데 더위에 단련되지 못한 개트윅 공항 활주로에 문제가 생겨 비행기가 몽땅 지연되거나 취소됐다. 내가 출발하던 날은 그로부터 이틀 뒤였는데 그때까지도 정상화가 안됐다. 오후 8시 반 비행기인데 밤 12시에 게이트 번호가 나오고, 새벽 3시에 비행기를 탔다. 시작부터 삐걱거리나 싶었는데 밤새 기다려주신 한인 택시 기사 아저씨와 민박집 사장님 덕에 그나마 괜찮았다. 택시를 타고 시내로 들어오자 눈길 가는 곳 모두 유적지였다. 발 닿는 모든 곳에 역사가 살아있는 기분은 참 묘했다. 거의 한숨도 못 잤지만 씻고 바로 나갔다. 날씨가 오락가락해서 우연히 한 피자집에 들어갔는데 이탈리아.. 2020. 5. 17.
솔즈베리, 영국 (Salisbury, England) 어쩌다 보니 솔즈베리를 세 번이나 다녀왔다. 처음엔 혼자서, 다음번엔 친구, 친구의 호스트 맘, 그리고 호스트 맘의 남자 친구까지 다 같이. 근데 두 번 다 솔즈베리를 완전히 본 게 아니었다는 게 함정이다. 처음엔 대성당 내부에 안 들어가고 중정원과 카페만 구경했고 두 번째는 마감 전 가까스로 입장해서 대성당은 봤는데 솔즈베리의 다른 곳은 둘러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제대로 본 건 스톤헨지에 가기 위해 떠났을 때다. 솔즈베리 기차역에서 나오면 스톤헨지까지 운영하는 셔틀버스가 있는데 여기서 기사님께 직접 티켓을 사면 된다. 스톤헨지는 English Heritage로 분류되어서인지 입장료가 꽤 비싸다.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20-30분 정도 초원을 달리니 도착했는데 여기서 바로 스톤헨지가 보이는 것은.. 2020. 5. 11.
바스, 영국 (Bath, England) 전부터 바스에 대해 쓰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후에 휴대폰을 잃어버려서 갖고 있는 사진이 없다. 그래서 지도만 첨부해서 쓰기. 역에 내리면 사람들이 약속이나 한 듯 한 방향으로 가는데 그냥 따라가다 보면 로만 바스가 나온다. 바스는 기대가 컸던 건지 좀 실망했던 도시인데 로만 바스 입장료가 한몫한 것 같다. 너무 비싸. (그래도 입장료 대비 허무한 여행지는 일등은 아직까지 스톤헨지)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설계한 것도 신기했지만 역시 하이라이트는 푸른빛의 중앙 목욕탕. 지금도 김이 폴폴 난다. 제일 기대했던 제인 오스틴 센터는 나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 바스에서 관광객을 유치할만한 요소가 필요했던 거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제인 오스틴이 바스에 살았던 건 사실이지만 이곳의 삶을 즐기지는 않았다. .. 2020. 5. 10.
샌드뱅크스, 영국 (Sandbanks, England) 이층으로 된 60 Breezer 버스를 타면 올드 해리 락도 가고 스와니지도 갈 수 있다. 샌드뱅크스도 그중 하나인데 집 값이 비싸기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다. 우리가 알 만한 유명인들도 몇몇 이곳에 산다고 한다. 투어를 신청하면 그런 것도 다 알려준다던데 나는 날씨가 너무 좋아 그냥 이층 버스를 타야겠다고 생각해서 올라탔기 때문에 그런 건 알 수 없었다. 이층 버스 맨 뒤에 앉아 바람과 햇살을 맞으며 우거진 숲길을 한참 달렸다. 바다가 다 거기서 거기겠지 했는데 여긴 또 분위기가 달랐다. 커다란 나무가 양 옆으로 심어진 도로를 지나 집들이 하나 둘 보이고 그 끝에 바다가 나타나자 감탄이 절로 나왔다. 파란 하늘, 반짝이는 바다를 배경으로 패러세일링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장관이었다. 그 맞은 편으로.. 2020. 5. 8.
윈체스터, 영국 (Winchester, England) 윈체스터는 런던 이전에 잉글랜드의 수도였다. 작은 도시이지만 오래된 역사 때문에 발 닿는 곳마다 과거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다. 내가 갔던 날은 마켓이 열렸는데 그림도 팔고, 식자재도 팔고, 없는 것 빼고 다 팔았다. (여기서 산 크림이 올라간 빵이 되게 맛있었다) 18세기에 만들어진 시계가 빌딩을 장식하고, 15세기에 지어졌다는 Buttercross 앞에서 아이들이 모여 밴드 공연을 했다. 윈체스터의 가장 큰 볼거리는 윈체스터 대성당이다. 지금까지 내가 본 성당 중에 가장 크고 높았다. 내부를 둘러보는 데에만 1시간은 족히 걸린 것 같다. 지상에는 서재와 함께 성당 구조를 설명해놓은 작은 전시장이 있었다. 지하에는 웬 사람 조각이 있었는데 비가 오면 이곳이 물에 잠겨 동상의 허리까지 물이 찬다고 한다... 2020. 5. 7.
에딘버러, 스코틀랜드 (Edinburgh, Scotland) 겨울에 영국에 온 나는 날이 좋아지면 꼭 스코틀랜드에 가야지 했는데 어쩌다 보니 영국 떠나기 3주 전에 급하게 방문하게 됐다. 7월이라 반소매 티셔츠에 가디건을 챙겨갔는데 이렇게나 추울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급한 대로 숙소 근처 프라이마크에서 셔츠를 사서 입었다. 추위에 어깨는 움츠러들었지만 언제 지어졌을지 가늠도 안 되는 오래된 건물들 사이, 비가 내려 젖은 길 위를 걸으니 지금이라도 당장 내 옆으로 해리포터와 친구들이 나타날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 조앤 롤링이 남편과 이혼한 뒤 언니의 집이 있는 에딘버러에 와서 해리포터를 집필했다는 이야기는 이미 유명하다. 매일 같이 출근 도장을 찍으며 원고를 썼다는 The Elephant House에는 그 흔적을 찾으려는 팬들로 가득 차 있었다. 구글 리뷰를 보.. 2020. 5. 6.
부다페스트, 헝가리 (Budapest, Hungary) 한국에서 친구들이 왔다. 정확히 말하면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이 즈음 본머스에서는 비가 자주 오고 여름 답지 않게 쌀쌀한 날씨가 이어졌다. 그런데 부다페스트 공항에 내리자마자 한국의 여름에 버금가는 습하고 더운 공기가 밀려들어왔다. 국회의사당이 보이는 에어비앤비를 숙소로 잡았는데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시내로 가 지하철로 한 번 갈아타야 했다. 가는 길에는 조금 피곤했는데 지하철에 내리자마자 보이는 황홀한 광경에 피곤함이 씻겨 내려갔다. 숙소는 풍경을 빼면 빵점짜리라 별로 추천하지는 않지만, 친구들을 만나 함께 야경을 보며 토카이 와인을 마시니 부다페스트에 도착했다는 게 실감 났다. 부다페스트는 야경으로 시작해 야경으로 끝나는 도시다. 모든 일정은 야경 중심이다. 국회의사당, 어부의 요새, 그리고 유람선.. 2020. 5. 4.
아룬델 캐슬, 영국 (Arundel Castle, England) 영국 생활이 끝나가면서 나는 아쉬운 마음에 주말마다 교외로 나갔다. 본머스는 영국 땅 남쪽 끝에 붙어있는 곳이었지만 교통편이 나쁘지 않은 편이다. 큰 도시에 바로 닿을 수 있는 기차가 있고 가까운 곳에 공항도 있어서 다른 나라에 갈 때도 좋았다. 단, 지도 상 가로로 이동할 때에는 꼭 기차를 한두 번 갈아타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아룬델 캐슬은 그런 곳 중의 하나였다. 중세 유럽의 봉건제도 때문인지 영국 안에 이런 성이 많이 있다. 보통은 현재 왕족 명칭의 유래가 된 윈저 캐슬을 많이 찾는데 나는 지도에서 아룬델 캐슬을 발견하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여기에 꽂혔다. 아룬델 캐슬은 아룬델이라는 작은 마을에 있다. 이름도 왠지 동화 속에 나오는 마을 같은 이 곳은 작지만 구석구석 볼거리가 많았다. 카페와 펍,.. 2020. 5. 2.
더들도어, 영국 (Durdle Door, England) 내가 있던 도싯(Dorset) 주에서 유명한 게 몇 가지 있었는데 스콘에 발라먹는 클로티트 크림(Clotted Cream), 그리고 쥬라기 해안(Jurassic Coast)이다. 한국 여행자들도 런던 근교 여행으로 많이 가는 세븐 시스터즈(Seven Sisters)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본머스에서는 세븐 시스터즈, 올드 해리 락스(Old Harry Rocks) 등등 가기 쉬운 쥬라기 해안이 많았는데 나는 그중에서도 더들 도어에만 두 번을 갔다. 아무래도 처음 갔을 때가 인상에 많이 남는데 처음으로 외국인 친구들과 본머스 밖으로 떠나 본 경험이었고, 또 그날 안개가 엄청 껴서 가는 내내 날을 잘못 잡았나보다, 과연 경치가 보일까 걱정을 엄청 했다. 물론 습한 날씨 때문에 땅도 질퍽이고 운동화도 더러.. 2020. 5.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