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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 헝가리 (Budapest, Hungary)

by Rizzie 2020. 5. 4.

 

 한국에서 친구들이 왔다. 정확히 말하면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이 즈음 본머스에서는 비가 자주 오고 여름 답지 않게 쌀쌀한 날씨가 이어졌다. 그런데 부다페스트 공항에 내리자마자 한국의 여름에 버금가는 습하고 더운 공기가 밀려들어왔다. 국회의사당이 보이는 에어비앤비를 숙소로 잡았는데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시내로 가 지하철로 한 번 갈아타야 했다. 가는 길에는 조금 피곤했는데 지하철에 내리자마자 보이는 황홀한 광경에 피곤함이 씻겨 내려갔다. 숙소는 풍경을 빼면 빵점짜리라 별로 추천하지는 않지만, 친구들을 만나 함께 야경을 보며 토카이 와인을 마시니 부다페스트에 도착했다는 게 실감 났다.

 

 부다페스트는 야경으로 시작해 야경으로 끝나는 도시다. 모든 일정은 야경 중심이다. 국회의사당, 어부의 요새, 그리고 유람선까지 관광 루트에 포함되어 있는 모든 것들이 야경을 보기 위한 것들이었다. 우리가 갔을 때에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유람선 사고를 당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유람선은 타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강가를 산책할 기회가 있었는데 사고 소식 때문인지 강물이나 유람선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가까이서 보니 생각보다 유속이 세고 강의 크기에 비해 크고 작은 유람선들이 너무 많았다.

 

 생각 밖의 무더위에 하루 종일 땀에 절어 다녔지만 도시의 풍경은 정말 예뻤다. 여기서 와인만큼 유명한 게 푸아그라라고 해서 구글 리뷰가 좋은 음식점에 찾아갔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는 식당인지 한쪽 벽은 각국의 지폐로 꾸며져 있고 서빙해주시는 분들도 위트가 넘쳤다. 푸아그라가 포함된 메뉴를 먹었는데 우리 입에는 볼로네즈 파스타가 더 나았다. 매쉬드 포테이토와 함께 나온 푸아그라는 좀 느끼했고 기대처럼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 우리라도 푸아그라가 별로라서 다행인 게 아닐까 생각했다.

 

  단 며칠이지만 부다페스트가 파리 못지않은 낭만의 도시라는 건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낮에는 햇살 아래 반짝이는 강을 배경으로 노란 트램이 댕댕댕 종소리를 내며 지나가고, 밤이 되면 주홍색 불빛이 차오르듯 도시를 채우는 곳.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함께 간다면 꿈인 듯 매일을 지낼 것 같은 그런 도시였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여기 부다페스트로 떠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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