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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딘버러, 스코틀랜드 (Edinburgh, Scotland)

by Rizzie 2020. 5. 6.

 

 겨울에 영국에 온 나는 날이 좋아지면 꼭 스코틀랜드에 가야지 했는데 어쩌다 보니 영국 떠나기 3주 전에 급하게 방문하게 됐다. 7월이라 반소매 티셔츠에 가디건을 챙겨갔는데 이렇게나 추울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급한 대로 숙소 근처 프라이마크에서 셔츠를 사서 입었다. 추위에 어깨는 움츠러들었지만 언제 지어졌을지 가늠도 안 되는 오래된 건물들 사이, 비가 내려 젖은 길 위를 걸으니 지금이라도 당장 내 옆으로 해리포터와 친구들이 나타날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

 

 조앤 롤링이 남편과 이혼한 뒤 언니의 집이 있는 에딘버러에 와서 해리포터를 집필했다는 이야기는 이미 유명하다. 매일 같이 출근 도장을 찍으며 원고를 썼다는 The Elephant House에는 그 흔적을 찾으려는 팬들로 가득 차 있었다. 구글 리뷰를 보니 생각보다 음식 맛은 별로라는. 인기 있는 카페가 아니어서 오래 앉아서 글을 쓸 수 있었을까 생각했다. 카페 주변에 해리포터의 영감이 되었다는 곳이 여러 군데 있다. 근처 공동묘지에는 톰 리들과 맥고나걸의 이름을 따왔다는 묘비가 있고, 알록달록 상점이 모여있는 빅토리아 스트리트(Victoria Street)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다이애건 앨리를 떠오르게 한다. 하이랜드로 가면 실제 호그와트행 열차 장면을 촬영한 다리도 있다는데 가보지 못해 아쉽다.

 

 에딘버러에 가기 전 위스키 뮤지엄(Wisky Museum)을 추천받았는데 예약을 해야 하더라. 다행히 시간이 맞아 방문할 수 있었다.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있었는데 (지금까지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있는 곳은 대영박물관, 내셔널 갤러리, 로만 바스 밖에 못 봤다) 영어 공부를 한답시고 영어 설명을 들었다. 규모가 작아 보였는데 생각보다 알찼다. 스코틀랜드 각 지방의 위스키에 대해 설명해주고 그중 한 가지를 시음하게 해 줬는데 맛있었다. 술 안 좋아하는데, 나 독주 스타일이었나?

 

 나의 에딘버러 여행 하이라이트는 발모랄 호텔(Balmoral Hotel)의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였다. 혼자 가는 여행이고 호텔이라 가격이 좀 있는 편이어서 고민했는데 진이 강력 추천해서 믿고 가보기로 했다. 차의 종류도 굉장히 많고 음식도 매우 맛있었다. 테이블 담당 서버가 있어서 혼자서도 민망하지 않을뿐더러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플루트와 하프 연주도 정말 좋았다. 돌이켜보면 책이라도 가져가던지 그림이라도 그릴 걸 너무 먹는 데만 집중했던 것 같아서 아쉽기도.

 

 스코틀랜드를 다녀와서 별로였다고 말하는 친구를 보지 못했다. 그래서 나도 자연스레 기대를 많이 하게 되었다. 기대를 많이 하면 실망하게 되는 법이니까 자제하려고 노력을 했는데 그러지 않아도 될 뻔 했다. 단 며칠이지만 기대보다 좋았던 도시니까. 다음에 영국에 다시 가게 된다면 런던만큼 꼭 다시 가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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