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32 유일한 취미생활 한국에서의 나는 취미생활이 꽤나 다양한 편이었다. 책을 읽거나 영화, 드라마를 보는 것은 물론이고 그림도 그리고 요리도 했다. 어제까지 재미있던 게 오늘은 하기 싫기도 했다. 취미생활 하나를 꾸준히 하는 사람들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내가 무언가에 쉽게 질리는 스타일인가 생각했는데 이제까지의 나를 돌아보면 (공부나 일이나 혹은 사람에 대해서) 또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본머스에 가서 어렴풋이나마 해답을 찾았달까. 영국에서 유일한 내 취미는 한 달에 한번 있는 볼링 소셜 프로그램이었다. 학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한 달치 소셜 프로그램 일정이 나와있는데 우리 학원만 그런 건지 참여도가 굉장히 낮았다. 그중에서도 애들이 모이는 소셜 프로그램이 몇 가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볼링이다. 처음에는 같은 반.. 2020. 5. 13. 솔즈베리, 영국 (Salisbury, England) 어쩌다 보니 솔즈베리를 세 번이나 다녀왔다. 처음엔 혼자서, 다음번엔 친구, 친구의 호스트 맘, 그리고 호스트 맘의 남자 친구까지 다 같이. 근데 두 번 다 솔즈베리를 완전히 본 게 아니었다는 게 함정이다. 처음엔 대성당 내부에 안 들어가고 중정원과 카페만 구경했고 두 번째는 마감 전 가까스로 입장해서 대성당은 봤는데 솔즈베리의 다른 곳은 둘러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제대로 본 건 스톤헨지에 가기 위해 떠났을 때다. 솔즈베리 기차역에서 나오면 스톤헨지까지 운영하는 셔틀버스가 있는데 여기서 기사님께 직접 티켓을 사면 된다. 스톤헨지는 English Heritage로 분류되어서인지 입장료가 꽤 비싸다.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20-30분 정도 초원을 달리니 도착했는데 여기서 바로 스톤헨지가 보이는 것은.. 2020. 5. 11. 바스, 영국 (Bath, England) 전부터 바스에 대해 쓰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후에 휴대폰을 잃어버려서 갖고 있는 사진이 없다. 그래서 지도만 첨부해서 쓰기. 역에 내리면 사람들이 약속이나 한 듯 한 방향으로 가는데 그냥 따라가다 보면 로만 바스가 나온다. 바스는 기대가 컸던 건지 좀 실망했던 도시인데 로만 바스 입장료가 한몫한 것 같다. 너무 비싸. (그래도 입장료 대비 허무한 여행지는 일등은 아직까지 스톤헨지)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설계한 것도 신기했지만 역시 하이라이트는 푸른빛의 중앙 목욕탕. 지금도 김이 폴폴 난다. 제일 기대했던 제인 오스틴 센터는 나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 바스에서 관광객을 유치할만한 요소가 필요했던 거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제인 오스틴이 바스에 살았던 건 사실이지만 이곳의 삶을 즐기지는 않았다. .. 2020. 5. 10. 샌드뱅크스, 영국 (Sandbanks, England) 이층으로 된 60 Breezer 버스를 타면 올드 해리 락도 가고 스와니지도 갈 수 있다. 샌드뱅크스도 그중 하나인데 집 값이 비싸기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다. 우리가 알 만한 유명인들도 몇몇 이곳에 산다고 한다. 투어를 신청하면 그런 것도 다 알려준다던데 나는 날씨가 너무 좋아 그냥 이층 버스를 타야겠다고 생각해서 올라탔기 때문에 그런 건 알 수 없었다. 이층 버스 맨 뒤에 앉아 바람과 햇살을 맞으며 우거진 숲길을 한참 달렸다. 바다가 다 거기서 거기겠지 했는데 여긴 또 분위기가 달랐다. 커다란 나무가 양 옆으로 심어진 도로를 지나 집들이 하나 둘 보이고 그 끝에 바다가 나타나자 감탄이 절로 나왔다. 파란 하늘, 반짝이는 바다를 배경으로 패러세일링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장관이었다. 그 맞은 편으로.. 2020. 5. 8. 뜨내기 생활의 단점 어학연수를 하면서 느끼는 몇 가지 단점 중의 하나를 꼽으라면 친구들이 금세 떠나간다는 것이다. 특히 나 같은 경우에는 어학연수생 치고는 짧지 않은 기간을 한 곳에서 보내면서 많은 친구들을 떠나보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겨울 시즌은 장기연수생이 많이 오는 시기이고 나는 그때 만난 친구들과 영국에서의 시간을 반 이상 함께 보냈다. 하지만 봄이 오면서 친구들이 한 번에 떠나갔다.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막상 친구들이 하나 둘 가버리니 늘 함께하던 이곳도 낯설게 느껴지고 나만 여기 남는다는 생각에 마음이 허전했다. 이런 헛헛한 마음에는 나의 개인적인 권태기도 한 몫 했다. 시기적으로 떠날 때가 다가오다 보니 처음처럼 친구를 사귀려는 노력도 하지 않게 되고 만사가 귀찮았다. 지금 영국.. 2020. 5. 7. 윈체스터, 영국 (Winchester, England) 윈체스터는 런던 이전에 잉글랜드의 수도였다. 작은 도시이지만 오래된 역사 때문에 발 닿는 곳마다 과거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다. 내가 갔던 날은 마켓이 열렸는데 그림도 팔고, 식자재도 팔고, 없는 것 빼고 다 팔았다. (여기서 산 크림이 올라간 빵이 되게 맛있었다) 18세기에 만들어진 시계가 빌딩을 장식하고, 15세기에 지어졌다는 Buttercross 앞에서 아이들이 모여 밴드 공연을 했다. 윈체스터의 가장 큰 볼거리는 윈체스터 대성당이다. 지금까지 내가 본 성당 중에 가장 크고 높았다. 내부를 둘러보는 데에만 1시간은 족히 걸린 것 같다. 지상에는 서재와 함께 성당 구조를 설명해놓은 작은 전시장이 있었다. 지하에는 웬 사람 조각이 있었는데 비가 오면 이곳이 물에 잠겨 동상의 허리까지 물이 찬다고 한다... 2020. 5. 7. 에딘버러, 스코틀랜드 (Edinburgh, Scotland) 겨울에 영국에 온 나는 날이 좋아지면 꼭 스코틀랜드에 가야지 했는데 어쩌다 보니 영국 떠나기 3주 전에 급하게 방문하게 됐다. 7월이라 반소매 티셔츠에 가디건을 챙겨갔는데 이렇게나 추울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급한 대로 숙소 근처 프라이마크에서 셔츠를 사서 입었다. 추위에 어깨는 움츠러들었지만 언제 지어졌을지 가늠도 안 되는 오래된 건물들 사이, 비가 내려 젖은 길 위를 걸으니 지금이라도 당장 내 옆으로 해리포터와 친구들이 나타날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 조앤 롤링이 남편과 이혼한 뒤 언니의 집이 있는 에딘버러에 와서 해리포터를 집필했다는 이야기는 이미 유명하다. 매일 같이 출근 도장을 찍으며 원고를 썼다는 The Elephant House에는 그 흔적을 찾으려는 팬들로 가득 차 있었다. 구글 리뷰를 보.. 2020. 5. 6. 자연치유법 달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 요즘 비치에 자주 나가 바닷바람을 맞아서인지 싸돌아다닌다고 밤늦게 들어와서인지 여기와서 처음으로 감기가 걸린 것이다. 전날에도 몸이 으슬으슬한 기분이 들었지만 감기라는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다. 여기 와서는 항상 그런 추위를 느꼈기 때문이다. 영국 겨울의 추위는 한국과는 달라서 겨울 바람에 살이 에이는 느낌은 아니지만 비가 자주 와서 항상 습도가 높고 오후 4시면 깜깜해서 등골이 시렸다. 실제 기온 상으로는 영하로 내려가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한국에서만큼 패딩을 자주 입었다. 하룻밤 사이에 목소리가 달라져서 아침에 부엌에서 만난 진이 깜짝 놀랐다. 감기가 와서 그렇다고 했더니 레몬티를 만들어 주었다. 레몬 슬라이스에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시는 말 그대로의 레몬티였다. 원래는 방.. 2020. 5. 5. 레일카드 턱걸이 구입 영국은 학생할인제도가 정말 잘 되어 있는 나라다. 영국 정식 대학생이 아닌데도 내가 가진 어학원 학생증으로도 학생할인을 받을 수 있다. 할인을 받을 수 있는 범위도 정말 커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거나 관광지에서 입장료를 내야 할 때는 물론이고 가게에서 화장품을 사거나 옷, 신발을 살 때에도 기본 10% 정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나는 쇼핑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신발 살 때 한 번 학생할인의 맛을 본 뒤로는 물건을 살 때 학생할인여부를 물어보는 게 습관이 됐다. 기차나 코치(버스)를 탈 때에도 할인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었는데 레일카드나 코치카드를 만드는 것이었다. 나는 여러가지 이유로 버스를 잘 타지 못해서 기차를 주고 이용했고 레일카드만 발급받았다. 레일카드는 30£를 내고 일년동안의 회원권.. 2020. 5. 4. 다르지 않은 새해 옥스포드를 다녀 온 다음 날. 진의 둘째 아들 데인이 집에 와 있었다. 데인은 런던의 한 은행에서 펀드 매니저로 일하는데 집에 자주 오지는 못해도 올 때마다 진에게 꽃다발을 사다주는 로맨틱한 아들이다. 혼자 올 때도 있는데 이번에는 파트너와 함께 왔다. 평소에 못 보던 가족들과 함께 지내는 것은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다들 친절하고, 이 또한 색다른 경험이 된다. 그리고 나에게는 리지가 있으니까. 새로운 학생은 이번 주 토요일에 온다. 나 말고 다른 학원에서 오는 학생들은 대부분 러시아 공항 관제탑에서 일하는 직원인데 회사에서 3년에 한번씩 보내주는 해외연수라고 한다. 겪은 바로는 러시아 사람들 성격이 좀 딱딱한 편이고 달랑 3주만 지내다 돌아가기 때문에 친해지기 쉽지 않아서 아쉽긴 하다. 나도 같이 놀 .. 2020. 5. 3. 아룬델 캐슬, 영국 (Arundel Castle, England) 영국 생활이 끝나가면서 나는 아쉬운 마음에 주말마다 교외로 나갔다. 본머스는 영국 땅 남쪽 끝에 붙어있는 곳이었지만 교통편이 나쁘지 않은 편이다. 큰 도시에 바로 닿을 수 있는 기차가 있고 가까운 곳에 공항도 있어서 다른 나라에 갈 때도 좋았다. 단, 지도 상 가로로 이동할 때에는 꼭 기차를 한두 번 갈아타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아룬델 캐슬은 그런 곳 중의 하나였다. 중세 유럽의 봉건제도 때문인지 영국 안에 이런 성이 많이 있다. 보통은 현재 왕족 명칭의 유래가 된 윈저 캐슬을 많이 찾는데 나는 지도에서 아룬델 캐슬을 발견하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여기에 꽂혔다. 아룬델 캐슬은 아룬델이라는 작은 마을에 있다. 이름도 왠지 동화 속에 나오는 마을 같은 이 곳은 작지만 구석구석 볼거리가 많았다. 카페와 펍,.. 2020. 5. 2. 한 달 만에 만난 캐리어 한 달 만에 드디어 캐리어 상봉. 어학연수 후에 여행을 계획중이라면 늘어난 짐은 보통 택배사를 이용해 미리 한국에 보낸다. 보통 런던우체국을 (런던에 있는 우체국이 아니고 이름이 런던우체국) 이용하는데 본머스에서는 코리안 그릴이라는 한식당에서 이 일을 맡아서 하신다. 짐을 보내는 과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어떤 물품이 들어있는지 리스트를 작성해서 드리고, 짐은 무게를 달아 가격을 책정했다. 그리고 입국 이틀 만에 서류를 꾸려서 한국 담당자에게 보냈는데 여기서부터 한 달이 넘게 걸린거다. 보낸 서류도 전화를 하자 그제야 확인했다고, 며칠이면 온다던 택배는 직원 실수로 누락이 되어 이제야 도착했다고, 드디어 짐을 받긴 받았는데 하나만 도착. 다른 하나는 물류창고로 돌아가 다른 짐과 섞였다가 애먼 서울로.. 2020. 4. 30.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