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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린, 아일랜드 (Dublin, Ireland)

by Rizzie 2020. 4. 30.

 

 영국에서 지내는 동안 한국에서는 가기 어려운 나라들을 가보고 싶다는 희망이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아일랜드가 나에게 그 첫번째이자 마지막 나라가 되었다. 이스터 홀리데이(Easter Holiday)에 갔었으니 4월 쯤, 이제 한창 날씨가 좋아지고 있는 유럽이지만 아일랜드는 영국보다 더 변덕스러운 날씨라니 걱정을 좀 했다. 그 걱정이 무색하게도 한번도 흐렸던 적이 없이 청량하고 맑기만 해서 나에게 아일랜드는 초록 그 자체의 나라로 남게 되었다.

 

 본머스에서는 가까운 사우스햄튼에 공항이 있어 한 시간 반 만에 더블린에 도착했다. '레드도어 더블린'이라는 한인민박을 잡았는데 위치도 좋고 깨끗하고 인테리어도 예뻤다. 이스터 홀리데이라서 그랬던 것인지 이틀째인가 우연히 경찰들이 통제하는 행사를 보았다. 육군, 해군, 공군 행진을 보여주더니 느낌상 높은 사람이 나온 것 같았다. 혹시나 해서 찾아보았더니 아일랜드 대통령. 우리나라 대통령도 실물로 본 적 없는데, 신기한 경험이었다.

 

 같이 간 친구와 나는 둘다 술에 별 관심이 없어 그 유명하다는 템플바(Temple Bar)에도 가지 않았다. 하지만 기네스의 나라에서 기네스 양조장을 빠뜨릴 순 없잖아. 전날 '켈스의 서(The Book of Kells)' 보려고 트리니티 대학에 줄서있을때 예약했다. 그냥 흑맥주 어떻게 만드는지 과정이나 보여주는 줄 알았는데 어찌나 규모가 크고 재밌게 꾸며놓았는지 나중에 암스테르담에서는 하이네켄 양조장을, 스코트랜드에서는 위스키 박물관을 찾게 되었다.

 

 영국과 같은 듯 다른 듯 매력이 많은 곳이었지만 지금까지도 기억에 가장 남는 건 피닉스 파크(Phoenix Park)의 사슴들. 이게 정말 도심 속 공원인지 헷갈릴만큼 광활한 초원에 사슴들이 자유롭게 풀을 뜯고 그걸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다니 홀려서 찾아갔는데 공원을 반 바퀴 돌도록 사슴들이 안보였다. 분명 사슴을 주의하라는 표지판은 있는데 말이지. 사슴들 다 집에 갔나보다 하고 포기하려던 찰나에 우연히 발견한 사슴 떼를 보고 해가 넘어갈 때까지 오래 오래 보았다. 싱그러운 풀냄새와 평화로운 사슴들, 나는 평생 도시 한복판에 살고싶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런 풍경이라면 지루하다는 아일랜드라도 살아볼 만 한 것 같다.

 

 생각난 김에 지루해서 포기했던 '원스(Once)'나 추천받았던 '싱 스트리트(Sing Street)'를 조만간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