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45 암스테르담, 네덜란드 (Amsterdam, Netherlands)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일정 때문에 나의 여행은 가장 먼 곳, 로마에서 시작해 막바지가 될수록 런던으로 가까워졌다. 베로나 공항에 동양인이라곤 나뿐이었고 공항은 쾌적했지만 이용객에 비해 의자와 쉴 곳이 턱없이 부족해 아수라장 같았다. 출국장을 통과해 암스테르담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땐 이유 모를 안도감이 들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암스테르담 공항에 도착했다. 암스테르담에 도착하자마자 느껴지는 차가운 공기와 우중충한 날씨는 벌써 영국인가 싶었다. 아, 이탈리아에 고작 2주 있었다고 스산한 유럽 날씨를 잊다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북유럽은 상대적으로 인종차별이 심한 편이라고 들었기 때문에 (어딜 가나 이런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짜증 나지만) 긴장을 늦출 .. 2021. 4. 26. 피렌체, 이탈리아 (Florence, Italy) 이탈리아 여행에 이곳이 빠질 수 없지. 무릇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인데 피렌체는 그렇지 않았다. 일주일 정도 머무르며 로마가 익숙해질 때쯤 피렌체로 갔다. 한여름 복작복작한 관광객들 틈으로 커다란 캐리어를 힘겹게 끌고 기차에 몸을 실었다. 차창 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이 어딘지 낯설지 않았다. 이탈리아에서는 기차만 두 번을 탔는데 소매치기에 대한 무성한 소문을 듣고 워낙 조심해서인지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식겁했던 일은 나중에 파리에서 일어났다) 기차역에 내려 처음으로 든 생각은 따뜻하고 아늑하다는 것이었다. 로마에서는 어쩐지 한 나라의 수도라기엔 황량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는데 피렌체는 조금 달랐다. 피렌체의 색깔은 따뜻한 베이지 톤이었고 도시 한 가운데에는 강물이 낮이나 밤이나 여유.. 2021. 4. 25. 시샘과 질투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철저한 ISFJ인 나는 주위 사람들이 입 밖으로 꺼내는 나에 대한 평가는 물론이고 '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내가 어쩌지 못하는 부분까지 신경 쓰곤 한다. 그렇다 보니 인정받는다는 것은 나에게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지만 동시에 제일 무거운 짐이자 스트레스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엔 아무리 긍정적인 평가도 전혀 기쁘지 않았다. '네가 나에 대해 뭘 안다고.' 하는 반항적인 생각한 들었다. '누구는 대기업에 들어갔대.', '걔는 부모님이 해주신 집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한대.' 누군가 인생의 단계에서 나보다 앞서간다는 생각이 들 때면 괜히 초조해졌다. 나도 자랑스러운 딸이, 생각나는 친구가, 필요한 동료가 되어야 하는데. 남들은 다 깨고 넘어간 퀘스트에 나만 머물러 있는 느낌이었다. 아무도 강요.. 2021. 4. 19. 베로나, 이탈리아 (Verona, Italy)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하면서 이탈리아가 얼마나 큰 나라인지 깨닫게 되었다. 남부, 북부 가고 싶은 곳들은 많은데 이탈리아 일주를 하는 게 아닌 이상 불가능한 일정이었다. 게다가 영국에서 시작하는 다른 유럽 여행객들과 달리 나는 이탈리아에서 시작해 영국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처지라서 그 부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버스를 오래 타는 것이 힘든 나로서는 단체로 소화하는 남부 투어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다. 결국 나는 이탈리아 북부로의 여행을 선택했다. 북부에서도 여행객들이 선호하는 도시는 몇 개 꼽을 수 있는데 피렌체, 밀라노, 베네치아 등이 있다. 그런데 이런 도시들을 제치고 내가 선택한 곳은 베로나였다. 베로나는 피렌체보다 위쪽에 있으며 베네치아에서 기차로 1-2시간 정도 떨어진 작은 도시다. 외.. 2021. 4. 16. 로마, 이탈리아 (Rome, Italy) 나의 유럽여행 시작점, 로마. 하필이면 이때 유럽에 어마어마한 더위가 찾아왔다. 영국은 이렇게 더운 날이 일 년에 한 번 올까 말까인데 더위에 단련되지 못한 개트윅 공항 활주로에 문제가 생겨 비행기가 몽땅 지연되거나 취소됐다. 내가 출발하던 날은 그로부터 이틀 뒤였는데 그때까지도 정상화가 안됐다. 오후 8시 반 비행기인데 밤 12시에 게이트 번호가 나오고, 새벽 3시에 비행기를 탔다. 시작부터 삐걱거리나 싶었는데 밤새 기다려주신 한인 택시 기사 아저씨와 민박집 사장님 덕에 그나마 괜찮았다. 택시를 타고 시내로 들어오자 눈길 가는 곳 모두 유적지였다. 발 닿는 모든 곳에 역사가 살아있는 기분은 참 묘했다. 거의 한숨도 못 잤지만 씻고 바로 나갔다. 날씨가 오락가락해서 우연히 한 피자집에 들어갔는데 이탈리아.. 2020. 5. 17. 유일한 취미생활 한국에서의 나는 취미생활이 꽤나 다양한 편이었다. 책을 읽거나 영화, 드라마를 보는 것은 물론이고 그림도 그리고 요리도 했다. 어제까지 재미있던 게 오늘은 하기 싫기도 했다. 취미생활 하나를 꾸준히 하는 사람들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내가 무언가에 쉽게 질리는 스타일인가 생각했는데 이제까지의 나를 돌아보면 (공부나 일이나 혹은 사람에 대해서) 또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본머스에 가서 어렴풋이나마 해답을 찾았달까. 영국에서 유일한 내 취미는 한 달에 한번 있는 볼링 소셜 프로그램이었다. 학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한 달치 소셜 프로그램 일정이 나와있는데 우리 학원만 그런 건지 참여도가 굉장히 낮았다. 그중에서도 애들이 모이는 소셜 프로그램이 몇 가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볼링이다. 처음에는 같은 반.. 2020. 5. 13. 솔즈베리, 영국 (Salisbury, England) 어쩌다 보니 솔즈베리를 세 번이나 다녀왔다. 처음엔 혼자서, 다음번엔 친구, 친구의 호스트 맘, 그리고 호스트 맘의 남자 친구까지 다 같이. 근데 두 번 다 솔즈베리를 완전히 본 게 아니었다는 게 함정이다. 처음엔 대성당 내부에 안 들어가고 중정원과 카페만 구경했고 두 번째는 마감 전 가까스로 입장해서 대성당은 봤는데 솔즈베리의 다른 곳은 둘러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제대로 본 건 스톤헨지에 가기 위해 떠났을 때다. 솔즈베리 기차역에서 나오면 스톤헨지까지 운영하는 셔틀버스가 있는데 여기서 기사님께 직접 티켓을 사면 된다. 스톤헨지는 English Heritage로 분류되어서인지 입장료가 꽤 비싸다.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20-30분 정도 초원을 달리니 도착했는데 여기서 바로 스톤헨지가 보이는 것은.. 2020. 5. 11. 바스, 영국 (Bath, England) 전부터 바스에 대해 쓰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후에 휴대폰을 잃어버려서 갖고 있는 사진이 없다. 그래서 지도만 첨부해서 쓰기. 역에 내리면 사람들이 약속이나 한 듯 한 방향으로 가는데 그냥 따라가다 보면 로만 바스가 나온다. 바스는 기대가 컸던 건지 좀 실망했던 도시인데 로만 바스 입장료가 한몫한 것 같다. 너무 비싸. (그래도 입장료 대비 허무한 여행지는 일등은 아직까지 스톤헨지)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설계한 것도 신기했지만 역시 하이라이트는 푸른빛의 중앙 목욕탕. 지금도 김이 폴폴 난다. 제일 기대했던 제인 오스틴 센터는 나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 바스에서 관광객을 유치할만한 요소가 필요했던 거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제인 오스틴이 바스에 살았던 건 사실이지만 이곳의 삶을 즐기지는 않았다. .. 2020. 5. 10. 샌드뱅크스, 영국 (Sandbanks, England) 이층으로 된 60 Breezer 버스를 타면 올드 해리 락도 가고 스와니지도 갈 수 있다. 샌드뱅크스도 그중 하나인데 집 값이 비싸기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다. 우리가 알 만한 유명인들도 몇몇 이곳에 산다고 한다. 투어를 신청하면 그런 것도 다 알려준다던데 나는 날씨가 너무 좋아 그냥 이층 버스를 타야겠다고 생각해서 올라탔기 때문에 그런 건 알 수 없었다. 이층 버스 맨 뒤에 앉아 바람과 햇살을 맞으며 우거진 숲길을 한참 달렸다. 바다가 다 거기서 거기겠지 했는데 여긴 또 분위기가 달랐다. 커다란 나무가 양 옆으로 심어진 도로를 지나 집들이 하나 둘 보이고 그 끝에 바다가 나타나자 감탄이 절로 나왔다. 파란 하늘, 반짝이는 바다를 배경으로 패러세일링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장관이었다. 그 맞은 편으로.. 2020. 5. 8. 뜨내기 생활의 단점 어학연수를 하면서 느끼는 몇 가지 단점 중의 하나를 꼽으라면 친구들이 금세 떠나간다는 것이다. 특히 나 같은 경우에는 어학연수생 치고는 짧지 않은 기간을 한 곳에서 보내면서 많은 친구들을 떠나보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겨울 시즌은 장기연수생이 많이 오는 시기이고 나는 그때 만난 친구들과 영국에서의 시간을 반 이상 함께 보냈다. 하지만 봄이 오면서 친구들이 한 번에 떠나갔다.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막상 친구들이 하나 둘 가버리니 늘 함께하던 이곳도 낯설게 느껴지고 나만 여기 남는다는 생각에 마음이 허전했다. 이런 헛헛한 마음에는 나의 개인적인 권태기도 한 몫 했다. 시기적으로 떠날 때가 다가오다 보니 처음처럼 친구를 사귀려는 노력도 하지 않게 되고 만사가 귀찮았다. 지금 영국.. 2020. 5. 7. 윈체스터, 영국 (Winchester, England) 윈체스터는 런던 이전에 잉글랜드의 수도였다. 작은 도시이지만 오래된 역사 때문에 발 닿는 곳마다 과거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다. 내가 갔던 날은 마켓이 열렸는데 그림도 팔고, 식자재도 팔고, 없는 것 빼고 다 팔았다. (여기서 산 크림이 올라간 빵이 되게 맛있었다) 18세기에 만들어진 시계가 빌딩을 장식하고, 15세기에 지어졌다는 Buttercross 앞에서 아이들이 모여 밴드 공연을 했다. 윈체스터의 가장 큰 볼거리는 윈체스터 대성당이다. 지금까지 내가 본 성당 중에 가장 크고 높았다. 내부를 둘러보는 데에만 1시간은 족히 걸린 것 같다. 지상에는 서재와 함께 성당 구조를 설명해놓은 작은 전시장이 있었다. 지하에는 웬 사람 조각이 있었는데 비가 오면 이곳이 물에 잠겨 동상의 허리까지 물이 찬다고 한다... 2020. 5. 7. 거절 당하는 것에 익숙해지기 코로나로 각종 시험도 채용도 멈췄던 시간이 지나고 이제 모든 것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려는 조짐이 보인다. 영국에서 돌와서 작년에 토익과 오픽 시험을 각각 한 번씩 쳤다. 한 번 정도 더 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던 중에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고 토익 시험도 취소, 무기한 연기 되었다. 그나마 작년에 봤던 시험 점수가 있어 지금 열리는 채용 공고 중에 괜찮을 것들을 하나씩 써보는 중이다. 오늘은 그 중에 하나가 처음으로 발표되었다. 같은 직무는 아니지만 예전에 대학 졸업하고 취업준비할 때 붙었던 곳이라 조금은 안일한 생각이 있었는데 탈락 소식을 듣고 나니 정신이 바짝 든다. 아, 내가 다시 취준생이 되었구나. 취업인지 이직인지 모를 이번 준비에서는 서두르다가 후회하는 선택은 하기 싫어서 한국 돌아와.. 2020. 5. 6.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