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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거슬러 온 사람

by Rizzie 2018. 11. 15.

 유럽은 서머타임 제도가 있어서 우리나라와의 시차가 일정하지 않다. 3-10월에는 8시간, 지금은 9시간 한국 시간 보다 늦게 흐른다. 영국에서 지내면서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대화를 할 때면 내가 한국에서 시간을 거슬러 왔구나 하는 기분이 항상 든다. 한국에서는 일요일이 끝나가는 늦은 오후, 나는 이제서야 느즈막히 일요일 아침을 시작하고 자려고 침대 위에서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으면 출근하는 동생에게서 메신저가 날아온다.

 

 영국에 오기로 결심한 데에는 영어 만큼이나 큰 이유가 바로 시간을 벌고 싶었던 것인데, 이렇게 시간을 거슬러 온 사람처럼 살게 되니 느낌이 더욱 묘하다. 모두가 그렇겠지만 학교 다닐 때에는 시간이 빨리 흘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종종 했는데 어른이 된 나는 속절없이 앞서가는 시간을 잡지 못해 안달이 났다. 나는 항상 시간보다 한 두 발짝은 늦은데 제대로 하는 건지 생각 할 겨를도 없이 시간이 흘러 버린다는 느낌이 들었고 인생에도 일시정지 버튼이 있었다면 생각했다.

 

 나이 서른에 직장도 관두고 1년 씩 쉬겠다고 하면 다들 이상하게 생각할 게 뻔하니 영국행으로 정당한 이유를 만든 셈이다. 영어공부보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행복하게 살 것인지 그게 지금 나에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고 오늘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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