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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만에 만난 캐리어

by Rizzie 2020. 4. 30.

 한 달 만에 드디어 캐리어 상봉.

 

 어학연수 후에 여행을 계획중이라면 늘어난 짐은 보통 택배사를 이용해 미리 한국에 보낸다. 보통 런던우체국을 (런던에 있는 우체국이 아니고 이름이 런던우체국) 이용하는데 본머스에서는 코리안 그릴이라는 한식당에서 이 일을 맡아서 하신다. 짐을 보내는 과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어떤 물품이 들어있는지 리스트를 작성해서 드리고, 짐은 무게를 달아 가격을 책정했다.

 

 그리고 입국 이틀 만에 서류를 꾸려서 한국 담당자에게 보냈는데 여기서부터 한 달이 넘게 걸린거다. 보낸 서류도 전화를 하자 그제야 확인했다고, 며칠이면 온다던 택배는 직원 실수로 누락이 되어 이제야 도착했다고, 드디어 짐을 받긴 받았는데 하나만 도착. 다른 하나는 물류창고로 돌아가 다른 짐과 섞였다가 애먼 서울로 가서 다시 서울에서 발송되고, 그건 바로 우리 집에 온 줄 알았는데 세종시로 잘못 간 걸 그쪽에서 받으신 분이 적힌 주소로 보내주신 거였다.

 

 장장 한 달 여 만에 짐을 다 받았는데 그로부터 일주일 후 세종에서 내 짐을 받으셨던 분이 나에게 전화를 하셨다. 본인 짐이 우리 집으로 오지 않았는지 물으셨는데 나는 받은 게 없었다. 그 분은 짐을 잘 받으셨을까.

 

 떠나기 전 진이 나에게 짐을 맡길 곳이 필요하면 두고 갔다가 나중에 찾으러 오라고 했었다. 그때는 괜히 민폐라는 생각도 들고 (진은 내가 떠난 후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런던에서 다시 본머스에 와야 한다는 사실이 번거롭게 느껴져서 괜찮다고 했다. 그런데 일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애초에 진에게 맡겼을 텐데. 추억이 담긴 물건들이 망가질까, 잃어버릴까 짐의 행방이 묘연한 한 달 동안 정말 아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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